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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e u t s c h 독 일 어

2020년 6월 독일어 괴테 B1 (ZDB1) 시험 후기 및 결과

by 뚜또봉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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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 고백하자면 

내가 독일어를 접하게 된 지 햇수로 5년 차가 넘어간다.

그렇지만 내 독일어는 이제겨우  공식적으로 자격증 B1을 딴 상태이다.

애정이 덜 한 언어는 그만큼 더디게 발전하는데 나에게 독일어는 그런 언어였다.

독일 문화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데 뭔가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너무 하기 싫었다.

딱히 하고싶지 않으니 스스로 공부를 한 적이 손에 꼽는 것 같다. 

 

최근에는 꼭 무슨 목적이 있어서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취미로 독일어를 조금씩 시작해보았다.

코로나 시기에 어떤 걸 해야 좀 생산적인 사람이 될까 하다가, 독일어 자격증 ZD B1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자격증 자체가 필요하진 않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어적으로 배우는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독일어 시험을 한번도 도전 안 했던 이유는, 애정이 없는 언어에 돈 들이기가 싫었던 이유가 크다.

특히나 B1 부터는 학원 수강생은 184000원, 비 수강생은 230000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다. 

난 왜 비싼 언어만 배울까.. 프랑스어 델프도  b2까지 따느라 하늘에 뿌린 돈만 생각하면..



심심한데 시험 한 번 도전 해볼까? 한 사람 치고 
코로나로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200자리 밖에 없는 시험을..ㅋㅋ
접수일 아침에 대기 타서 등록에 성공했다.

쿨한 척 했으나 사실은 꽤나 보고 싶었던 걸까..

 




( 보통 시험 접수에 비해 200명 정도만 시험 접수가 가능했고, 대기접수를 해야 하거나 아예 시험을 보지 못한 분도 많다고 들었다.)

 



듣기. 읽기. 쓰기 시험은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항교육센터 세미나관에서 이뤄졌고
말하기 시험만 다음날 괴테 독일어 학원에서 이뤄졌다. 

 

시험 전 날엔 관악산에 올라 산의 정기를 받았다.

(?? 한번 봐본다고 한 사람 치고 꽤나 간절..ㅋㅋㅋ) 아니 시험료를 내고 나니 간절해지더라..ㅋㅋㅋ 23만원 ..휴 

 

독일문화원에서는 수험표, 시험정보와 더불러 코로나 문진표까지 작성해 오도록 시켰다.

아무래도 200명 정도가 한 공간에서 시험을 보는데, 혹시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이곳에서 퍼지게 된다면 언론에서 얼마나 물어뜯을지 모두가 알기가 아닐까.

글로벌 공항교육센터 세미나관에 도착하니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낸 뒤 , 지정된 자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자리는 4 좌석당 두 명씩, 가운데 두 칸씩 띄어 앉는 방식이었는데, 옆 사람과의 거리두기는 가능했지만 앞뒤 가격이 너무 좁았다.

 

시험 보기전 그리고 쉬는시간 내내 독일문화원 관계자분이 제발 이야기를 삼가고자기자리에 앉아달라고, 혹시 코로나확진자가 여기서 나오면 당분간 ZD시험은 열 수 없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수다를 떨 고 싶어도 어짜피 아는사람도 없어서 쉬는시간 내내 내 자리에서만 앉아있었다ㅜㅜ

 

제일 처음 본시험은 독해 시험이다.

나름 어휘를 많이 공부하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헷갈리는 어휘들 때문에 첫 지문에서 약간 시간을 많이 빼앗겼었다.

그다음 헷갈렸던 문제는 찬/반 의견 문제.  주제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제가 "도심 속 자동차 운행금지" 인지 "도심속 자동차 운행금지에 대한 반대" 인지 이러한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잘 써야 하는 문제였다.

 

파트 사이마다 30분씩 쉬는 시간이 있었지만, 핸드폰을 압수당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대기를 해야 했다.

정말 수능 보는 느낌이었다.

 

듣기는 정말 와- 독일 사람들 독하다 라고 느꼈던 점인데

3번째 파트에서는  친구인 남자 둘이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서 대화를 시작한다

문제는 남자 둘의 목소리가 비슷함. 보통 이런 문제에선 나이나 높고 낮음의 차이로 목소리에 차별을 둬 준다. 근데 괴테 시험은? 얄짤이 없었다. 그 목소리가 그 목소리인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대화를 하는데 시험문제는 A가 ~~ 을 했다  네/아니요

B가 ~~ 을했다 네/아니요. 이런 식이었다. 목소리로 두 명의 남자를 구분해서 들어야 하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솔직히 듣기 중반까지 나는 반대로 듣고 있었다가 막판에 겨우 깨닫고 제대로 문제를 풀었다.

만약에 끝까지 A랑 B를 바꿔서 생각했더라면 5문제 정도를 통째로 틀릴 뻔했으니,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4번째 듣기 파트도 쉽지 않았던 게,  남자 사회자와, 두 명의 여자 초청자가 라디오에서 이야기하는 걸 듣고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체크해야 했는데, 여자 둘의 목소리와 나잇대가 비슷하다. 정말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쓰기는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세 가지 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1.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춤 수업을 시작했는데 왜 좋은지와 다음 수업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

2.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책을 컴퓨터로 보는 것에 대한 찬성/반대 글 읽고 내 의견 쓰기 

3. 이웃이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왜 못 가는지 정중하게 거절하기

볼펜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틀리지 않으려 노력했다(그냥 시험지가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한 번에 술술 썼는데 사실 그렇게 어렵다 생각을 안 했다!. 그렇지만 점수는... 아무리 줄줄 써도 b1수준 어휘나 문장 표현을 많이 안 쓰면 점수받기 힘들다던데 아마 내 경우가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줄줄 썼으나 어려운 말은 안 썼던 듯.

 

서울대학교에 가서 9시쯤 들어가서 시험이 끝나니 오후 2시였다, 정말 자격증 하나 따고 싶었던 거뿐인데 수능 다시 보는 기분..

 

 

말하기는 다음날 괴테 어학원에서 치러졌는데, 우리집에선 버스로 한번에 가서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다.

독일문화원 가는길이 남산도보이고 고즈넉한게 소풍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버스 안에서도 시험을 치루는 어린친구들을 만났지만 내적으로만 반가웠을 뿐  시험을 보는 사람들중 내가 제일 왕언니 같아서 약간 씁쓸..쓸쓸함을 느끼며 그 친구들을 따라 (길을 잘 몰랐음) 독일문화원으로 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기실에는 아주 적은 수의 의자만 놓여있었고, 시간에 맞춰 갔지만 앉아 있을 곳이 없었다ㅠ 

대기실에 있으면 관계자 분이 시험에 들어갈 사람들 한 10명 정도를 부르는데, 그 자리에 없으면 다음 시간대 사람이 대신 불려 가기도 한다. 오전 시간에만 20명 넘게 결시가 있었다고도 했다. 내가다 시험료가 아까웠다. 직장인되서 내돈 주고 봐바 얘들아 .....돈 아까워서 절대 빠질수가 없단다..

 

대기실에서 자격증 착불우편을 위해 주소를 적어놓고 (한번에 자격증 따기를 기원하며..!)

 

나도 조금 일찍 들어갔던 것 같다.

 

안내하는 곳으로 가면 랜덤으로 자리게 앉는데, 나의 왼쪽 같은 열에 앉은 친구가 나의 파트너로 같이 시험장에 들어가게되었다.!

대기실에서는 파트너라고해서 둘이 같이 뭘 준비할 순 없지만, 파트1와 파트2 주제를 보며 혼자서 말하기시험을 준비해야한다.

뭘 끄적여도 좋지만, 막상 시험에 들어갔을 때 종이를 너무 보고 읽으면 큰 감점 요인이 되기때문에 키워드만 적어가는걸 추천한다!  

 

말하기 문제는 1. 파트너랑 무언갈 같이 계획하는 거. 2. 나 혼자 발표하기로 구성되어있는데.

1번 주제는 : 파트너와 나는 어학원 학우인데 친구들끼리 모임을 계획하기.

2번 주제는: 자식들이 부모와 언제까지 같이 살아야 하는가.

였다. 1번은 파트너 분과의 궁합도 중요한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시험을 처음 해봐서( 지원자랑 같이 들어가는 시험) 리액션을 좀 너무 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계획을 짜서 마무리까지 시간 내에 짓는 게 제일 좋은데 우리는 서로 약간 흐지부지 말하다가 시험관이 끊어주셨다. 아마 감점 원인이 되었을 듯.

2번 주제는 평소에 연습했던 주제가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발표 시 쓰이는 문장들을 그나마 달달 외웠어서 어떻게든 3분 정도는 채웠던 것 같다. 

 

아주 망한 건 아니지만 잘한 것도 아니어서 시험 통과 정도만 하겠구나 싶었었다.

 

아주 옛날에  프랑스어 델프 시험을 볼 때는 결과가 몇 달씩 걸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델프 b1 이랑 b2를 같이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결과를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괴테 ZD 시험은 한 달 후면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오! 빠르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그래도 한 달은 참 길었다.

나중에 아이엘츠 보던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아이엘츠는 결과가 일주일 만에 나온다고.. 독일 프랑스가 느린 거여꾸나..

 

나는 너무 참을성이 없어서 시험 발표가 나오기 한 3일 전부터 매일 포탈에 들어가서 확인했었다.

그러다가 발표일 전에 점수를 미리 볼 수 있었는데 ( 잠시 보였다가 다시 안보였음) 

 

듣기 어려워서 점수가 잘 안나올 줄 알았는데 , 오히려 쓰기가 잘 안나와서 당황했지만.

b1는 파트별로 65점 이상이 합격이라 이정도면 뭐 만족스러운것 같다 ! 이제 B2공부를 시작해도 스스로가  찝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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